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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신명 이야기]-#3. 외삼촌 일기

흑룡 | 2016.06.24 20:45 | 조회 1341 | 추천 1
우리 외삼촌은 손이 귀한 집안의 3대 독자였다.

두꺼운 뿔테 안경에 차분하면서도 정감 있는 얼굴.

커다란 책장을 배경으로 책상에 앉아 타이프라이터로 습작 글을 쓰던 이지적인 모습.


살짝 미소가 담긴 얼굴로 늘 자상하게 나를 대하는 외삼촌의 모습은 어린 내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덕규야 공부 열심히 해서 어머니에게 효도해야해..' 라며 웃던 외삼촌..


그런 외삼촌이 어느날, 27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길로 떠나버렸다.

 


내가 처음 겪은 ‘죽음’ 이었다.

외삼촌의 사고 이후로 어머니는 말씀이 없어졌고,

어린 내게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기위해 이불을 뒤집어쓴채 그 속에서 숨죽여 우셨다.

어느날 울고 계시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물었다.

 

“엄마, 왜 사람은 죽어? 안 죽으면 안되?”

“사람은 다 때가 되면 하늘로 가는거야. 나도 언젠가 그럴꺼고..”

“응? 왜..? 안되... 가지마 엄마”


그 이야기가 너무 야속하고 서글퍼서 엄마를 꼭 끌어안은채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외삼촌의 장례식이 끝나고.. 다시 세월이 흘러서 외할아버지마저 병으로 하늘로 떠나시고난 후,

시골에 계시던 외할아버지의 누님 분이 외갓집을 찾아오셨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을 가눌수 조차 없이 아프시더니 갑자기 쓰러지셨다.

하루를 꼬박 몸져 누워 끙끙 앓으시고는 다음날 다시 시골 댁으로 보내드렸는데 며칠 후에 다시 건강해진 몸으로 외갓집을 찾아오셨다.

 

집으로 돌아간 그 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나오셨다고 한다.

꿈속에서 어떤 문이 열리자 나온 외할아버지는

 

“왜 노잣돈을 조금 밖에 안넣어서 저승사자에게 구박받게 하느냐”고 호통을 치셨다는 거였다.

외할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할머니는

“그때 경황이 없어서 노잣돈을 품에 못 넣어드리고, 묘에서 하관 할 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많이 넣었는데..”라고 하셨다.

 

정작 신기한 일은 그 다음이었다.

외할아버지가 다시 문 안으로 돌아가시고,

이번에는 젊은 시절 죽은 외삼촌이 나오더니 그 옆에는 교복을 입은 한 여고생이 나오더란다.


앳된 얼굴의 여고생은 외삼촌과 손을 잡고 함께 인사를 하더니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하늘에서나마 저희 둘이 결혼하고 살아갈 수 있게 영혼 결혼식을 해주세요.”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과 주소, 가족들이 살고있는 집의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어주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종이를 받으려는 찰라에 옆 집 할머니가 우연히 들렀다가 잠꼬대를 심하게 하는 줄 알고 깨워버려서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한참 이야기를 들은 외할머니는 외삼촌에게 전혀 못 들어본 이야기라며,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외갓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온 것이다. 


“혹시.. 그 집에 강OO라는 사람이 살았었나요?”


외삼촌의 이름이었다. 그러고는 이상한 일이 생겨서 확인차 전화했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떤 일 때문에 전화하셨냐고 물으니..

사실은 간밤에 몇 해전에 죽은 딸이 꿈에 나와서는 종이에 이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꼭 연락을 해보라'고 신신 당부를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했다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외갓집 식구들도 몰랐던 외삼촌과 소녀의 슬픈 사연을 알게 되었다.


지금부터 약 30여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외삼촌은 고 2때 서울의 대학교에 시험을 보기위해 상경했고(당시엔 진학이 가능했던 모양이다) 시험에 떨어져서 돌아와야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1년 을 더 서울에서 지내며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때 한 여고생을 알게 되었고 설레임만 간직한 풋사랑을 하게 되었는데, 채 사랑으로 발전하기도 전에, 약속한 1년이 지나서 다시 청주로 내려오게 되었단다.

그렇게 학교를 다니고.. 여고생도 차츰 잊혀질 무렵, 학교로 전화가 왔다고 한다.

바로 여고생의 어머니였다.


“지금 내 딸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학생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해..

 어려운 부탁이겠지만 혹시 서울로 와줄수 있겠어요..?”


외삼촌은 집에도 알리지 않은 채 바로 서울로 향했고, 병실에서 여고생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었다고 한다.

꿈에 나타났던 소녀는 바로 그 여고생이었다.

 

외삼촌의 영정이 모셔진 조용한 산사에서 외삼촌과 소녀, 아니 나의 외숙모는 영혼 결혼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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