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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서 나온 바둑용어 알아볼까요?

후니후니 | 2015.05.11 11:19 | 조회 3686 | 추천 0
바둑과 인생을 절묘하게 대비시켜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미생’을 기억하시겠지요. 드라마에서 잘 보여줬듯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 한 판의 바둑을 닮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 사회에는 바둑 용어가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습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쓰고 있는 바둑용어들을 살펴봤습니다.

1. 미생(未生)과 완생(完生)

바둑에서 미생은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완생은 집이나 돌이 완전히 살아 있는 상태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미생과 완생이 성공과 실패를 비유하는 것처럼 쓰였는데 이는 실제와 약간 다르다. 바둑의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은 철저히 바둑판에서 내가 차지한 집의 개수다. 집이 많으면 이기고 집이 적으면 지는 단순한 논리이다. 물론 대마(大馬)의 사활이 걸린 경우 미생과 완생 여부에 따라 대국의 승패가 갈릴 순 있겠다. 하지만, 바둑판에서 미생과 완생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다. 국면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작전에 따라 미생과 완생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이득을 보기 위해 미생마를 사석(捨石) 처리하거나 더 큰 말과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많다.




2. 호구(虎口)

‘호구’는 요즘 자주 쓰이는 용어다. 어수룩해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엔 호구에 고객님이라는 단어를 합쳐놓은 ‘호갱님’이라는 단어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바둑에서 호구는 주변이 적 돌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만 트인 상태를 말한다. 매우 약하고 위태로운 처지다. ‘범의 아가리’처럼 생긴 이곳에 한 수만 더 놓으면 적병(敵兵)의 숨통이 끊어져 돌을 따낼 수 있다. 내 돌이 호구 자리에 있으면 위험하지만, 먼저 호구 모양을 하면 끊길 염려가 없고 집의 근거를 확보하거나 싸우기에 유리하다. 관련된 격언으로는 ‘호구 되는 곳이 급소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먼저 호구 모양으로 두면 안전한 형세를 갖추게 되지만 상대방에게 그곳을 빼앗기면 공격을 받기 쉽다는 의미다.


3. 포석(布石)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7일자 29면에는 ‘북 실세 3인 방남은 경제협력 위한 포석’이라는 제목의 시론이 있다. 여기서 ‘포석’은 ‘준비 수순’ 정도로 풀어 쓸 수 있겠다. 포석은 바둑에서 처음 바둑 돌을 벌려 놓는 일, 중반 전투에 대비해 초반에 돌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일을 말한다. 포석을 잘 짜 놓아야 중반은 물론 종반에서도 유리하다. 내 집의 기틀을 갖춰놓는 기본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포석을 짤 때는 먼저 빈 귀를 선점하고 변으로 벌려 나간다. 보통 제 3선이나 제 4선에 돌을 집중 배치해 실리와 세력의 조화를 꾀한다. 이후에는 돌을 중앙으로 향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일상 생활에서는 어떤 일을 벌려 놓거나 장래를 준비한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확대 사용되고 있다.


4. 행마(行馬)

바둑 용어 중에는 ‘마(馬·말)’라는 개념이 있다. 살아서 집을 늘려가는 것들은 모두 마다. 말들이 모여 덩치가 커진 것을 ‘대마(大馬)’라고 한다. 바둑에서는 이 말들을 어떻게 키워가고, 운용하는가에 따라 싸움의 승패가 판가름난다. 여기서 ‘행마’는 ‘말(馬)을 운용(行)한다’는 의미다. 바둑판 위의 돌을 움직이는 것인데 단순한 움직임보다는 그 속에 있는 방향성과 목적성이 중요하다. 행마가 좋으면 돌의 흐름이 좋아 미래에 닥칠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발 빠르고 경쾌한 행마를 보통 좋은 행마로 친다. 행마가 좋아야 진정한 고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상에서는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서 정치 인사들의 차기 방향을 논할 때 자주 쓰인다.


5. 승부수(勝負手)

승부수는 바둑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수다. 형세가 불리한 쪽에서 판을 뒤집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반상 최대의 요처에 회심의 한 수를 놓는 것을 말한다. 승부수를 던졌지만 상대에게 먹히지 않는 경우에는 보통 돌을 던진다. 해볼 만큼 해봤다는 의미다. 승부수는 일상에서도 흔히 쓰인다. 중앙일보 4월 2일자 14면 ‘미스터 런민비, 금리자율화 승부수 던졌다’1월 30일자 3면 ‘이건희 원 포인트 사면, 평창 유치 승부수’ 3월 18일자 B6면 ‘2시간 내 배송, 쿠팡의 승부수’ 3월 31일자 B2면 ‘충전 하루도 안 돼 바닥나는 스마트워치 … 배터리 성능이 승부수’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6. 국면(局面)

국면은 바둑판(局)의 모양(面)을 말하는 단어다. 바둑판에 놓인 바둑돌의 모양을 통해 쌍방의 세력과 실리 등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면을 보면 대충 그 사람의 기력(棋力)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 가능하다. 돌의 흐름이나 행마를 통해 돌을 처리하는 능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을 둘 때는 국면을 통해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형세판단을 한다. 형세판단을 한 다음 내가 유리하다면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안전한 수를 둬서 우세를 이어나간다. 만약 불리하다면 무리수나 승부수를 둬서라도 국면을 전환하려 애쓴다. 일상 생활에서는 이 뜻이 확대돼 ‘어떤 일이 되어 나가는 상태’로 쓰이고 있다.


7. 대마불사(大馬不死)

대마불사(大馬不死)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경제다. 중앙일보 지난해 9월 17일자 8면 톱기사 ‘해외 수익 비중, 국민은행 2% 미쓰비시는 53%’에는 “겉모양만 선진 금융을 베꼈을 뿐 ‘대마불사’ 함정에 빠져 체질 개선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문장이 나온다. 원래 경제학 이론에 ‘Too big to fail’이란 말이 있다. ‘워낙 커서 망하지 않는다’ 또는 ‘망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크다’ 정도의 의미다. 바둑에서는 덩치가 큰 대마는 결국 살 길이 생겨 쉽게 죽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대마를 공격하는 쪽이 무리하는 경우도 있고, 쫓기는 쪽은 수습과 타개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마가 항상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대마를 강한 돌로 인식해 자칫 방심했다가는 대마가 죽어 바둑이 크게 망하는 경우도 있다.


8. 만패불청(萬覇不聽)

바둑에서 ‘패(覇)’는 서로 한 수씩 걸러 가면서 돌을 따내는 것을 말한다. 양쪽 모두 팻감이 많을 경우 계속 패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팻감이 떨어지면 패는 곧바로 끝난다. 따라서 패는 팻감을 두고 서로 입찰을 주고받는 거래라고도 할 수 있다. 패로 인해 바둑에는 무궁무진한 변화가 생겨난다. 하지만, 만패불청은 이러한 등가 교환이 성립되지 않는 특수한 패다. 패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패를 이기는 것만으로 바로 바둑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패불청 상태가 되면 상대가 어떤 팻감을 쓰던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돌을 따내서 패를 이긴다. 일상에서는 싸움을 걸려고 아무리 집적거려도 응하지 않는 상태로 응용되고 있다.


9. 꽃놀이패

꽃놀이패도 특수한 상태의 패다. 단어가 말해주듯 마치 꽃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싸울 수 있는 패를 말한다. 내가 패를 이기면 큰 이익을 얻지만 패를 진다고 해도 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돌의 생사가 달려 있거나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사활을 걸고 패를 이겨야만 한다. 중앙일보 1월 21일자 16면에는 ‘부자 증세 카드는 오바마 꽃놀이패’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다. 무너진 중산층과 서민들이 정부의 지원을 목말라하는 상황에서 부자 증세는 오바마에게 어떻게든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반면에 공화당은 대항마로 어떤 선택을 하던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꽃놀이패’라는 단어를 통해 당시 상황을 단순 명쾌하게 표현했다.


10. 복기(復棋)

중앙일보 4월 17일자 B8면 데스크 view & ‘한국 경제호 선장과 선원은 어디 있나’에는 "지난 1년 세월호 사건을 복기하면서 국민 모두가 뼈아프게 체득한 교훈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여기서 ‘되짚어보다’는 의미로 쓰였듯 복기는 바둑이 끝난 뒤 대국 내용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놓아보는 것을 말한다. 바둑은 복잡해 보여도 모든 돌들의 선후 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복기가 가능하다. 여기서 복기는 단순히 판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패착을 찾아내 다음 대국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목적이 있다. 프로기사들의 대국에서는 복기를 통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관례다. 이는 다른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복기가 의무는 아니기 때문에 개인 사정에 따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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