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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행복의 사회

SSONG | 2016.11.14 07:49 | 조회 914 | 추천 1
*학교 연간 교지에 실린 제가 직접 써본 글인데, 공유하면 좋을것같아 올립니다 ;)


2016년의 어느 봄날 이였다.
친척분의 자녀가 잘 자라주어 어느덧 돌잔치를 한다는 소식에 들떠 가족들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했다.
반가운 미소로 우리 가족들을 맞아주는 친척 분들 사이로 보이는 작은 아기는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종이 같았다.
그렇게 돌잔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대한민국의 돌잔치에서는 빠질 수 없는, 아기의 미래를 재미삼아 알아본다는 일명 ‘물건 잡기’ 순서가 다가왔다. 능숙한 진행 실력을 뽐내던 사회자는 부부에게 아기가 부를 상징하는 돈뭉치, 건강을 상징하는 복주머니, 권력을 상징하는 의사봉, 지성을 상징하는 연필 중에서 어떤 물건을 잡길 원하냐고 물어봤는데,
아버지 되시는 분은 “솔직히 말해서 돈뭉치요.”, 어머니 되시는 분은 “아무거나 괜찮지만 건강이 좋죠.” 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그 긴장감속에서 그 천진난만한 미소의 아기가 잡은 것은 일생의 건강을 상징하는 복주머니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어찌 썰렁한 기분이 드는 건 무엇인가? 아버지 되신다는 분이 약간 당황스러우며 실망한듯한, 그런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며 애써 박수치는 모습을 보였고, 눈치백단 사회자는 어디서 비롯된 서비스정신인지 주인공인 아기에게서 복주머니를 뺏고는 다시 물건을 잡을 기회를 주었고, 아기는 이번엔 의사봉을 선택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아직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 앞으로, 초대객들은 마치 본인들이 의사봉이라도 잡은 것 마냥 만족스럽다는 미소와 박수를 보냈다. 내가 제아무리 돌잔치를 본지 6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해도 무슨 이런 황당무계한 풍경이 다 있던가.
소감발표는 더 하다. 저마다 ‘아기가 이따 크면 돈 많이 버는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라는 비슷한 맥락의 소감만 말했다. 저마다 미리 정해두기라도 한 듯 마냥 <돈 많이 버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천민자본주의적 인재상을 외쳐댔고, 부모라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감사인사를 반복했다. 사회자는 소감시간을 마무리 하고 싶었는지, 나에게 다가와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 학생에게 오늘의 주인공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라며 소감을 청했고, 난 그동안 머릿속을 부딪히며 맴돌았던 말들을 대충 정리해, “아기가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아닌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는 일침을 날렸다.
아기가 장차 자라면서 많은 것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 누구의 입에서도 소망으로서 나오지 않던 ‘행복’이란 단어, 그들 초대객들 뿐만 아니라 적어도 내가 볼땐 우리 학생들에게서도 ‘돈’과 ‘권력’ 이라는 성공의 잣대들이라고 불리는 것들에 의해 잊혀진듯 하다. 돈과 권력 있는 삶을 지향하는 인생이 나쁘고 헛된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삶도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는 어느샌가 허영심만이 가득담긴 훌륭함이라는 그릇만을 선택해오는 법을 배워왔으며, 그 과정 속에서 행복을 아예 무슨 부속품인 것 마냥 떼어내 그것을 생각해볼 기회조차 무시당해온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낙오의 공포, 튀지 말란 경고, 끝없는 경쟁으로 여태껏 우리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약속되어진 것들이 크거나 작은 행복이라기 보단, 결국 기득권이 가진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티켓, 즉 중산층이라는 안도감과 이만하면 됐다는 우월감뿐이라는 구태의연한 사실은 어릴 적 행복만을 꿈꿨었던 우리들의 드넓어 보인 세계를 작아지게만 한다. 어쨌든, 난 돌잔치의 주인공인 아기가 장차 자신 앞에 펼쳐질 삶을 축복하고자 의도된 저 아름다운 모임에서 낭만주의자인 나로부터 ‘행복’이라는 소망을 들을 기회가 주어졌듯이, 이 글의 끝을 읽어나가고 있을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 필요 없고, 그저 행복해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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